제4시집 [지구의 아침]/지독한 사랑

처서

jaybelee 2022. 9. 1. 11:01

 

처서 / 이재봉

 

모기가 처서비를 피해 숲속으로 달아나다가

톱을 든 귀뚜라미를 만났습니다 모기는

귀뚜라미에게 왜 톱을 들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귀뚜라미는 긴긴밤 독수공방에서 임을 기다리는

처자의 애를 끊으려 톱을 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새벽녘 빗소리에 문득 눈을 뜨니 쓰륵쓰륵

어디선가 톱질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귀뚜라미 한 마리가 방구석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우는 소리가 얼마나 애절한지

애끊는 톱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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