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 / 이재봉
봄비가 소리 없이 내리는 날
아내와 다투고 강남역 근처를 지나가는데
타로마스터가 콧노래를 부르며
자주색 벨벳 위로 카드를 내민다
자리에 앉아 카드를 뽑아 들자
한 여성이 꽃을 들고 호숫가에 앉아 있다
한쪽 발은 호수에 담그고 있고
한쪽 발은 땅에 디디고 있다
점집을 나오면서
카드의 의미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데
꽃무늬 모자를 쓴 여자가
슬그머니 뒤를 돌아보며 걸어간다
나는 운명(雲命)을
거부하지 못하고 구름 따라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