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시집 [익명의 시선]/포노사피엔스

타로

jaybelee 2022. 5. 1. 05:01

 

 

타로 / 이재봉

 

봄비가 소리 없이 내리는 날

아내와 다투고 강남역 근처를 지나가는데

타로마스터가 콧노래를 부르며

자주색 벨벳 위로 카드를 내민다

 

자리에 앉아 카드를 뽑아 들자

한 여성이 꽃을 들고 호숫가에 앉아 있다

한쪽 발은 호수에 담그고 있고

한쪽 발은 땅에 디디고 있다

 

점집을 나오면서

카드의 의미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데

꽃무늬 모자를 쓴 여자가

슬그머니 뒤를 돌아보며 걸어간다

 

나는 운명(雲命)을

거부하지 못하고 구름 따라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제5시집 [익명의 시선] > 포노사피엔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노 사피엔스  (1) 2022.10.21
호접몽  (1) 2022.08.01
격리  (0) 2022.01.11
  (1) 2021.08.01
키오스크  (1) 2021.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