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시집 [익명의 시선]/슬픔이 슬픔을

밥 한 끼

jaybelee 2021. 12. 25. 12:25

                                   

 

밥 한 끼 / 이재봉

 

늦가을 오후

가을걷이가 한창인

들판 길을 걸어가는데

논둑에서 새참을 먹던 농부가

밥 한술 뜨고 가라며 날 부른다

구슬구슬 밥솥이 내뿜는 소리처럼

구수한 노래는 없고

밥 한 끼 하자는 말처럼 반가운 말은 없다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밥을 대접하는 일

허기진 마음을 채워주는 건

밥만 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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