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여행 / 이재봉
뚫린 열쇠구멍으로 남자의 방을 들여다본다
남자는 모니터 앞에 앉아 신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러 암리차르로 떠난다
불멸의 연못에서 시크교도 세 명이 몸을 씻고 있다
남자는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신발을 벗고
연못에 들어가 몸을 씻는다
흰 터번을 두른 무슬림도 옆에 앉아 몸을 씻다가
줄무늬 티셔츠를 탁탁 털어 허공에 넌다
불멸의 연못을 마우스로 건드리자
모니터 한가운데서 황금사원이 출렁인다
대리석 통로를 통하여 연못 밖으로 나가자
네 개의 문이 보인다 브라만도 바이샤도
신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문
남자는 서쪽 문으로 걸어 나와
이미지를 저장한 다음 모니터를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