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중우주 / 이재봉
아현동을 지나가다 봤다
언덕 위에 판잣집이 고층아파트로 바뀌고
시장골목이 빌딩숲으로 바뀐 것을
옛 철학관이 있던 자리에 전봇대가 서있고
참새들이 줄지어 전깃줄에 앉아 있는 것을
아현동 고개를 넘다가 봤다
사물은 우리가 그것을 보기 위해
임으로 사건을 멈춰 세운 것일 뿐
우주 안의 모든 존재는 사건의 연속이며
사건은 시간의 줄 위에 늘어서있다
참새들이 전깃줄에
줄지어 앉아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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