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라의 그림 속에는 / 이재봉
우주의 어느 일요일
쇠라가 푸른 공(球) 위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늘에 점을 하나둘 찍어나가자
점점 모이면서
은하가 하늘 한 가운데를 흐르고
백조가 그 위를 날고 있다
강가에선 직녀가 칠석날을 기다리며
비단을 짜고 있고 은하 언저리에선
창백한 푸른 점이 반짝이고 있다
우리가 사는 곳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아이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
고뇌하는 예술가와 과학자들
썩은 정치인과 타락한 지식인들
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여기 한 점에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