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 [난쟁이별]/외로움은본질

느티나무

jaybelee 2013. 10. 1. 01:33

                          

 

느티나무 / 이재봉

 

산길을 내려오는데

길바닥에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다람쥐 한 마리가 도토리를 먹고 있었습니다

슬그머니 다람쥐 앞으로 다가가자

은빛 꼬리를 흔들며

느티나무 위로 달아났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옆집 할아버지에게 쫓겨

느티나무로 달아난 적이 있습니다

썩은 느티나무 구멍에 몸을 숨기고

태아처럼 오그리고 잠이 들었는데

멀리서 어머니 날 부르는 소리가

잠속까지 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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