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시집 [익명의 시선]/데칼코마니

빨간 하늘

jaybelee 2024. 5. 11. 05:11

 

 

빨간 하늘 / 이재봉

 

파란색 크레파스가 없어서

하늘을 빨갛게 그렸다며

아이가 미술시간에 그린 그림을

겸연쩍이 꺼내놓았다

나는 깜짝 놀라 보고 있던 그림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동안 나는

하늘은 파랗다고 규정해 왔다

그러나 하늘빛은 규정 속에 있지 않고

하늘의 경계를 뛰어넘어

아이의 머릿속에 있었다

 

물체의 색깔은 뇌에서 느끼는 감각이지

존재하는 것은 빛과 그 속성뿐

파란 수국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으면

빨갛게 보인다

 

'제5시집 [익명의 시선] > 데칼코마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추  (1) 2024.06.11
해변으로 가요  (1) 2024.05.21
깃발  (2) 2024.04.11
문신  (1) 2024.03.01
데칼코마니  (1) 2024.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