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시집 [익명의 시선]/데칼코마니

연꽃

jaybelee 2023. 8. 7. 08:07

 

 

연꽃 / 이재봉

 

산사를 내려오는데

개울 녘 진흙 속에 연꽃이 피어있다

맑은 물방울을 도르르 굴리며

희맑게 서 있다

 

더러운 물을 먹고서도 어쩜 저리

맑은 물방울을 토해낼까

너는 단 한 번이라도 오욕에 물들지 않고

맑게 살아본 적이 있는가

한 번이라도 증오의 가슴에

사랑의 꽃을 피워본 적이 있는가

 

진흙땅에 발을 묻고서도

순백의 꽃을 피워내는 연꽃

대낮인데도 환히 등불을 켜들고

어두운 세상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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