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시집 [익명의 시선]/포노사피엔스

하이눈

jaybelee 2023. 8. 1. 08:01

 

 

하이눈 / 이재봉

 

태양이 이글거리는 정오

백사장에 누워 하늘을 본다 구름 한 점 없다

하늘에서 퍼붓는 불화살 같은 햇살을 견디다 못해

모래 속으로 들어간다 모래 속은 적요하다

 

내 몸에 그늘이 생기자 졸음이 쏟아진다

내 몸 아래로 서늘한 석실이 보인다 터번을 두른

아랍인 남자가 누워있다 남자는 뫼르소가 왜 나를

죽였는지 모른다며 눈부신 태양을 원망한다

 

졸음에서 깨어 정신을 차리자 나처럼

태양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누워 있다

 

하늘에는 여전히 구름 한 점 없고

태양은 온종일 하늘 가운데 멈춰있고

나는 모래 속에 누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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