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눈 / 이재봉
태양이 이글거리는 정오
백사장에 누워 하늘을 본다 구름 한 점 없다
하늘에서 퍼붓는 불화살 같은 햇살을 견디다 못해
모래 속으로 들어간다 모래 속은 적요하다
내 몸에 그늘이 생기자 졸음이 쏟아진다
내 몸 아래로 서늘한 석실이 보인다 터번을 두른
아랍인 남자가 누워있다 남자는 뫼르소가 왜 나를
죽였는지 모른다며 눈부신 태양을 원망한다
졸음에서 깨어 정신을 차리자 나처럼
태양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누워 있다
하늘에는 여전히 구름 한 점 없고
태양은 온종일 하늘 가운데 멈춰있고
나는 모래 속에 누워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