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 이재봉
친구들과 동구 밖에서
술래잡기를 하고 있는데 해 저문 하늘에
붉은 별이 떠올랐습니다
옆에 있던 친구가 혼불(魂)이라며
사람이 죽으면 혼이 몸에서 빠져나와
하늘로 올라간다고 했습니다
공연히 오싹하며 혼불을 바라보고 있는데
건너편 밭두렁에서 어른들이
화톳불에 개를 그슬리고 있었습니다
벌겋게 타오르는 불기운이
내 머리에도 번져 오글오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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