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 이재봉
골짜기 은수원 나무숲 사이로 살구나무가 보였다 살구가
먹고 싶었다 하늘로 치솟은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몰래
살구를 땄다 할아버지가 긴 작대기를 들고 쫓아온다 황급
히 나무에서 내려와 도망갔다 시게를 보니 금요일 오후
두 시다 세 시에 호텔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한 로제씨의
얼굴이 떠올랐다 있는 힘을 다해 뛰었지만 제자리에서 맴
돌았다 몸이 종이처럼 가벼워 발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할아버지 / 이재봉
골짜기 은수원 나무숲 사이로 살구나무가 보였다 살구가
먹고 싶었다 하늘로 치솟은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몰래
살구를 땄다 할아버지가 긴 작대기를 들고 쫓아온다 황급
히 나무에서 내려와 도망갔다 시게를 보니 금요일 오후
두 시다 세 시에 호텔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한 로제씨의
얼굴이 떠올랐다 있는 힘을 다해 뛰었지만 제자리에서 맴
돌았다 몸이 종이처럼 가벼워 발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