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역에서 / 이재봉
전동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좁은 승강장 안에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고
자판기 돈 집어먹는 소리만
긴 침묵의 틈에서 새어 나왔다
신문을 사려고 바둑판처럼 생긴
보도블록을 밟으며
신문판매대 쪽으로 걸어가는데
바둑무늬가 끝나는 지점에서
그만 서고 말았다
내 뜻과는 전혀 관계없이
나도 모르는 또 하나의 내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이다
분명 내 발인데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역삼역에서 / 이재봉
전동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좁은 승강장 안에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고
자판기 돈 집어먹는 소리만
긴 침묵의 틈에서 새어 나왔다
신문을 사려고 바둑판처럼 생긴
보도블록을 밟으며
신문판매대 쪽으로 걸어가는데
바둑무늬가 끝나는 지점에서
그만 서고 말았다
내 뜻과는 전혀 관계없이
나도 모르는 또 하나의 내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이다
분명 내 발인데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