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 [난쟁이별]/시뮬라시옹

시뮬라시옹

jaybelee 2008. 12. 21. 12:21

 

시뮬라시옹 / 이재봉

 

은행 창구에서 순서를 기다리다 대기표를 잃어버렸다

37번, 37번 손님, 분명 내가 은행원 앞에 서 있는데도

그녀는 날 알아보지 못하고 계속해서 번호만 불렀다

 

은행에서 나와 서점 앞을 지나가다 책 한 권을 샀다

수표 뒷면에 이름을 쓰고 계산원에게 건 내자

그녀는 내 이름이 있는데도 주민등록번호를 쓰라고 했다

번호가 생각이 안 나 머무적거리는데

 

문득 맞은편 거울 속에

내가 거기, 아득한 풍경처럼 서 있다

 

'제3시집 [난쟁이별] > 시뮬라시옹'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군중  (1) 2010.08.31
  (1) 2010.07.07
당산철교  (0) 2010.07.01
귀지파기  (1) 2010.06.19
이 순간  (1) 2010.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