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손 / 이재봉
먼지버섯 한 그루
참죽나무 밑에서 온몸을 오므렸다 폈다를 반복한다
홀씨를 뿜어내느라 내장이란 내장은 다 빠져 나가고
빈 거죽만 남았는데도 흐린 날이면 습관처럼 홀씨가
잘 날아가도록 쪼글쪼글한 몸을 계속해서 움직인다
관절염 신경통에 두 손을 제대로 못 쓰는 어머니,
오늘처럼 하늘이 잔뜩 찌푸린 날이면 손가락 마디
마디가 쑤신다며 끙끙 앓다가도 손자 녀석이 배가
아프다며 칭얼거리자
검버섯이 수두룩한 손을 펴
손자의 배를 슬슬 쓸어 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