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시간여행]/가을여행

어머니의 손

jaybelee 2006. 8. 21. 00:21

                   

 

 

어머니의 손 / 이재봉

 

먼지버섯 한 그루

 

참죽나무 밑에서 온몸을 오므렸다 폈다를 반복한다

홀씨를 뿜어내느라 내장이란 내장은 다 빠져 나가고

빈 거죽만 남았는데도 흐린 날이면 습관처럼 홀씨가

잘 날아가도록 쪼글쪼글한 몸을 계속해서 움직인다

 

관절염 신경통에 두 손을 제대로 못 쓰는 어머니,

오늘처럼 하늘이 잔뜩 찌푸린 날이면 손가락 마디

마디가 쑤신다며 끙끙 앓다가도 손자 녀석이 배가

아프다며 칭얼거리자

 

검버섯이 수두룩한 손을 펴

손자의 배를 슬슬 쓸어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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