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쓴 시

백설기

jaybelee 2024. 11. 29. 11:29

 

 

백설기 / 이재봉

 

때 이른 겨울 철새가

밤새 울어대더니

새벽부터 눈이 내린다

아직 눈송이를 맺지 못한 가벼운

가루눈이 폴랑폴랑 나부낀다

 

새들은 알고 있었다

떡가루 같은 가루눈이 내리면

겨울이  빨리 오고

추위가 거세진다는 것을

 

철새 한 마리가

기척도 없이 내 손등에 내려앉아

올 겨울은 몹시 춥다며

느릿느릿 남쪽으로 날아간다

 

따스한 백설기를

흩날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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