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ybelee 2006. 6. 30. 23:07

                  

 

 

 

서울의 누우떼 / 이재봉

 

누우떼가 달린다

마라강처럼 길게 뻗은 한강을 건너

파랗게 풀이 돋아난 강남으로

무섭게 질주하는 누우떼

어린 새끼가 비명을 지르며

사자에게 끌려가고

병든 동료가 지쳐 쓰러져도

멀뚱멀뚱 쳐다만 볼 뿐

꼬리털 죽비로 제 등을 후려치며

땅을 구르며 달린다

먼지 자욱한 판교 신도시

붉은 띠의 철거민들이

진압대에 떠밀려

길바닥에 누워있는데도

초지를 손에 넣기 위해

아랑곳없이 내달리는

서울의 누우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