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ybelee 2006. 6. 17. 17:17

                           

 

 

페어플레이 / 이재봉

 

들판을 지나 폐가가 있는 언덕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도깨비가 나타나 씨름을 걸어온다

 

나를 이기면 너를 살려주겠다며 도깨비가 덤벼든다 할아버지는

도깨비의 허리를 끌어당기며 오른손으로 발목을 잡아당긴다

그러나 쇠말뚝 같은 도깨비의 다리는 꿈쩍도 않는다 다시 발목을

잡고 오른쪽 어깨로 도깨비를 밀자 쿵 하고 길바닥에 나가떨어

진다 구름 속에 숨어서 숨죽이고 지켜보던 보름달이 다시 얼굴을

내민다 도깨비는 씨름에서 졌으니 약속대로 너를 살려준다면서

돈과 보물을 내놓고는 언덕 아래로 사라진다

 

눈부시고 눈부신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