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ybelee 2006. 2. 11. 00:37

                 

 

                           

 

허수아비 / 이재봉

 

한 쪽 팔을 잃은 허수아비

테만 남은 밀짚모자를 참새 떼가 건들고 지나가자

없어진 팔을 파르르 떨며 꽁꽁 언 땅에 우두커니 서 있다

 

구조조정으로 목이 잘린 박 선배

공원에서 비둘기 떼와 낮술을 마시다 비둘기 한 마리가

어깨를 툭 치고 달아나자 멍하니 하늘만 바라본다

 

한때는 수 천 명을 호령하더니

이젠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는 허수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