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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만찬
jaybelee
2024. 11. 21. 11:21
은밀한 만찬 / 이재봉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뭐가 그리 잠을 깨운 걸까
살금살금 부엌에 가보니
풀벌레들이 식탁위에 널브러진
식빵을 먹고 있다
식빵 조각을 다시 올려놓자
배를 통통거리며
은밀한 만찬을 즐긴다
창틈을 보니 풀벌레 한 마리가
주린 배를 움켜잡고
올 겨울도 굶지 않게 해달라며
소신공양을 올린다
은밀한 의식을 훔쳐보는데
매운바람이 눈시울을 적시며
소리 없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