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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

jaybelee 2024. 11. 7. 11:07

 

 

혼잣말 / 이재봉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시던 어머니가

혼잣말로 중얼거리신다

 

아들만 다섯 두신 어머니

주말이면 자식들이 찾아오지만

입을 봉하고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만 볼 뿐

집안 곳곳엔 혼잣말만 가득하다

 

말을 하고 싶었다

어머니, 사랑한다고

저녁이 오기 전, 그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망설이는 사이 오십 년이 지나고

못 다한 말은 입안에 남아

어머니가 그리울 때마다

혓바늘로 돋아난다

 

어머니는 혼잣말을 좋아하신 게 아니라

누군가와 진실을 나누고 싶었다

어둠이 내리기 전에 마주 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