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ybelee 2024. 8. 19. 08:19

 

 

 

 

 

 

 

 

 

 

 

 

 

 

 

모자 / 이재봉

 

그녀는 외출할 때마다

모자를 쓴다

 

챙이 큰 모자 속에 속내를 감추고

세상을 은밀히 훔쳐본다

화장실을 화장품으로,

다이소를 다이아로 본다

 

커피숍과 카스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동안 카톡이 울린다

그녀는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건물 뒤 모텔로 사라진다

 

그녀에게 모자는

주위의 시선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욕망의 도피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