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ybelee 2024. 5. 21. 05:21

 

 

해변으로 가요 / 이재봉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낡은 통기타를 메고 청량리역으로 갔다

 

쏟아지는 햇살을 맞으며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를

부르며 강릉행 기차를 탔다 별은 소낙비처럼  해변에 쏟아

졌다 수많은 별들이  밀려오는 파도 위에 후드득 떨어졌다

물에 젖어 너울거리는  별잎 하나를 건드리자 혜성처럼 긴

꼬리를 지었다

 

해변을 걷다가 캔맥주를 마셨다  하늘을 보니 희미한 별 몇

개가 불빛 사이로 아른거렸다 소낙비처럼 쏟아졌던 별들은

간데없고 그 파도 위에는  아파트 단지에서 새어 나온 불빛

이 출렁거렸고  어쩌다 싸라기처럼  작은 별이 불빛 사이에

섞여 희뜩거렸다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를 부르며

다시 캔맥주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