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ybelee 2023. 3. 31. 03:31

 

 

지구의 아침 / 이재봉

 

나비가 팔랑대며

꽃술을 건드리자

꽃잎이 깜짝 놀라 움찔거린다

그러자 그 위를 나르던 새가

찔끔하며 똥을 쏟아놓는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땅이 갈라지고 건물이 무너지자

찻잔이 기우뚱거리며

찻물이 찔끔 흘러내린다

 

생생한 지구의 아침

이쪽이 움찔하면

저쪽은 찔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