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ybelee
2023. 3. 23. 03:23
들꽃 / 이재봉
누가 내다 버린 들꽃을
꽃밭에 옮겨 심었는데 동이 트자마자
벌들이 윙윙거리며 모여들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들꽃이 노란 꽃잎을 활짝 열고
벌레들에게 식사 보시를 하고 있다
스스로 향기를 드러내지 않았는데도
온갖 벌레들이 찾아와 꿀을 빨고 있다
물을 주려고 꽃밭에 다시 가보니
몸을 다 내준 들꽃이 땅바닥에 바싹 엎드려
누릇누릇 풋거름을 만들고 있다
살신성인하는 들꽃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아직도 남아있는 은은한 향기가
가슴 깊은 곳을 찌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