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ybelee 2023. 1. 31. 01:31

 

 

놀부 / 이재봉

 

남산골 국악마당 앞을 지나가다 봤다

부자 됐다는 소문 듣고 찾아온 놀부에게

면박을 주는 흥부를

 

아무리 박 속에서 저절로 나왔지만

형님 주자고 돈 궤짝 헐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놀부도 박을 탔다

첫 번째 박을 타자 갓 쓴 노인이 나타나 삼천 냥을

달라고 했다 두 번째 역시 꽹과리를 든 농부가 쌀 한

섬을 달라기에 주었다 마지막 박을 타자 상두꾼이

나타났다 만 양을 탈탈 털어주었다

 

욕심만 낼 줄 알았지

형님은 어리석고 순진하기만 한 사람이라며

동생에게 면박당하는 놀부를

국악마당 앞을 지나가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