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ybelee 2023. 1. 11. 01:11

 

 

광장 / 이재봉

 

녹사평역 분향소

하얀 제의를 입은 사제가

희생자 추모미사를 올리고 있는데

태극기를 둘러맨 사람들이

더 이상 슬픔을 강요하지 말라며

성난 황소처럼 몰려온다

울음과 막말로 갈라진 광장

촛불과 플래카드가 뒤섞인 광장

희고 붉은 촛불들이 소리 없는 함성을

지르며 갈라진 광장을 물들이자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주먹을 불끈 쥐고 몰려온다

법대로! 법대로!를 외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