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ybelee 2021. 11. 11. 11:11

 

 

은행나무 / 이재봉

 

돌담길 모퉁이에

오래된 은행나무 한그루

땅에 머리가 닿을 듯 엎드려 있다

모진 빙하기를 견디며 살아온 나무

밑동이 움푹 파인 나무에는

혹독한 추위를 피해

몸을 숨긴 매머드의 흔적이

여기저기 옹이가 되어 박혀 있다

시커멓게 무덤이 된

밑동을 들여다보자 온갖

풍상이 서려 있는 옹이 사이로

연둣빛 새싹이 움틀 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