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ybelee 2020. 12. 25. 12:25

                                   

성탄절 오후 / 이재봉

 

눈 내리는 성탄절 오후

명동길을 걸어가는데

은행 앞 공터에 노숙자가 엎드려있다

플라스틱 바구니에 동전을 던졌더니

뗑그렁거리며 언덕 위 첨탑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오늘이 당신 생일인데도

2000번째 생일인데도

아직도 십자가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피를 흘리며 종을 치고 있다

우리들 서로 사랑하라고

서로 용서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