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ybelee 2020. 8. 21. 11:01

                         

수제비 / 이재봉

 

외할머니의 커다란 가마솥은

물수제비를 뜨며 놀던 마을 앞 호수입니다

납작한 돌멩이로 물수제비를 뜨듯

하얀 밀반죽을

끓는 물에 뚝뚝 떼어 넣으면

담방담방 뛰어가다가 가마솥 깊숙이 잠수합니다

하얀 밀반죽이

외할머니 손끝에서 튕겨 나갈 때마다

내 마음의 호수에 곡선을 그으며

징검징검 건너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