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ybelee 2015. 4. 21. 11:21

                

             

 

 

역삼역에서 / 이재봉

 

전동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좁은 승강장 안에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고

자판기 돈 집어먹는 소리만

긴 침묵의 틈에서 새어 나왔다

신문을 사려고 바둑판처럼 생긴

보도블록을 밟으며

신문판매대 쪽으로 걸어가는데

바둑무늬가 끝나는 지점에서

그만 서고 말았다

내 뜻과는 전혀 관계없이

나도 모르는 또 하나의 내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이다

분명 내 발인데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