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ybelee 2014. 9. 1. 11:11

     

 배터리가 나간 방 / 이재봉

 

 배터리가 나간 방은 고요하다

 천장에 붙어 있는 파리조차 조용하다

 배터리가 달린 기구란 기구는 모두 서있고

 온전한 것이 있다면

 이것들을 볼 수 있는 내 눈 뿐이다

 시계가 3시 15분에서 멈춰 있다

 3시 15분이 어제 오후인지

 내일 새벽인지 분간할 수 없다

 어제와 내일은 언어 속에서만 존재할 뿐

 시간은 영원히 흐르는 강물과 같다

 배터리가 나가고 시간이 멈추자

 나는 다시 무한의 시간 속에 누워

 천장에 붙어 있는 파리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