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ybelee 2009. 6. 21. 11:07

   

밥 / 이재봉

 

건너편 공사장

건물외벽에 매달린 사내

하얀 페인트를 뿜어낼 때마다

아카시아 꽃이 피어난다

중력을 무시한 채

가느다란 밥줄에 매달려

종일 페인트를 뿜어대다                    

건물 불이 꺼진 후에야

얼굴에 묻은 꽃가루를

밥알처럼 떼어낸다

문득 아카시아 꽃을 따먹으러

휘어진 나뭇가지에 오르던

배고팠던 기억이 떠오른다